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최근 글로벌 경제의 성과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3월에 발생한 미국 지방은행 위기와 크레디트스위스의 파산에도 경기 성장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어떤 체계적 위험의 신호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간에 걸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미국과 유럽의 급격한 정책금리 상승에도 글로벌 경제는 위축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 전망이 특별히 밝은 것도 아닙니다. 경기가 경착륙할 위험은 3개월 전보다 낮아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세는 느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리 인상은 이미 많은 경제 섹터의 활동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코로나 19 기간 동안 쌓였던 가계의 여유자금도 고갈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정황을 살펴보면 경기 침체가 발생하더라도 과거 사례에 비추어 봤을 때 그 정도는 경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 성장세는 2024년까지 예년 추세를 밑도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며, 급격한 경기 위축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열된 노동시장 식히기
경기 복원력이 이렇게 뛰어난 이유는 노동시장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선진국 경제의 핵심 변수는 노동시장입니다. 대부분의 주요 경제에서 고용율 증가세는 견고하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하단 그래프), 임금 상승률은 인플레이션과 비슷한 속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가계는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었고 경기 사이클의 고비를 원만하게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복원력있는 경제 성장과 노동시장의 회복세는 곧 글로벌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은 당분간 정책금리를 제한적인 범위에서 유지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이러한 금리 전망을 뒷받침하는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유로존의 스위스와 노르웨이 뿐 아니라 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추진했으며, 영국은 금리를 50bp 인상해 시장을 놀라게 했습니다. 호주 중앙은행과 캐나다 중앙은행 역시 잠시 숨을 고르다가 다시 긴축을 재개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10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한 후 지난 6월 동결했지만 향후 추가 인상을 예고하며, 올해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꺾었습니다. 연준과 유럽중앙은행 모두 자국 경제의 최종 금리가 이전 예상치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금리가 더 오래, 더 높은 수준으로 인상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밝힌 것입니다.
고금리 시대에서 살아남기
고금리 상태의 지속 여부는 금리 수준보다 더 시장에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시장 및 경기의 회복 정도를 고려할 때, 금리는 향후 수분기에 걸쳐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어떤 국가에서 노동시장의 둔화가 나타난다면, 이는 정책입안자들이 금리인상을 중단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목표치에 도달해 금리 인하를 논할 상황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아직 그 시점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지속적인 긴축 통화정책의 영향으로 경제 성장세는 계속해서 완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경기 연착륙이 부진한 반등의 결과를 낳는 셈입니다. 따라서 당분간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기본적으로 증시의 하방 리스크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긴축 사이클이 아직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오진 않았지만, 역사에 비추어 과거 상황과 현 상황이 다를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중국이 추가적인 주가 부양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중국의 경착륙 위험은 여전히 심각합니다. 또한 금리가 얼마나 “더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할 지에 대한 예상만으론 적정 기간 내에 인플레이션을 낮추기에 충분치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 된다면 금리는 더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세보다 낮은 성장률이 지속되는 기간에 시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패닉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입니다. 경착륙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시장은 어느 방향으로든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애쓸 것이며, 변동장세에서 인내심을 발휘하는 투자자들에게는 보상이 따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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