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주식과 채권이 동반 하락한 2022년
2022년은 역사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급격한 금리 상승, 그리고 채권 수익률 급등으로 인해 정말 예외적인 한 해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2022년은 1988년 이후 글로벌 주식과 국채가 모두 손실을 기록한 유일한 해였습니다. (하단 그래프)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고 노동시장이 냉각되면서 중앙은행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고 잠재적으로는 중단할 수도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시장을 안정시키고 금융 불안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장기채권 수익률은 최근 최고치에서 훨씬 하락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10월 4.2%로 정점에 달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월 31일 기준 3.5%에 불과합니다.
한편, 성장 전망의 주요 리스크는 보다 온건해지고 있습니다. 따뜻한 겨울은 유럽에서의 경기침체 리스크 감소에 기여했고, 중국의 재빠른 제로코로나 정책 완화는 글로벌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 경제는 연착륙을 향해 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안정화된 채권 수익률과 경제 성장 기대에 힘입어 글로벌 주식은 반등했습니다. 1월 말 기준 MSCI World Equity Index는 22년 10월의 저점 대비 15퍼센트가량 상승한 상태입니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지만, 정점은 지난 것으로 보임
미국 헤드라인 CPI(Consumer Price Index) 상승률은 지난 12월에 전년 동월대비 6.4%를 기록하며 22년 6월 9%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둔화되고 있습니다.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의 3개월 ARR(Annualized Run Rate, 1년 기준 조정 상승률)은 1.8%인데,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연방준비은행의 장기 물가수준 목표치에 부합하게 됩니다.
물가 변동 속도의 둔화는 상품 섹터의 수요공급 균형 개선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결과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요 증가와 공급망 제약이 맞물려 상품 인플레이션은 근 40년 간 최고치에 다다랐습니다. 2022년 초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은 에너지와 농산품에 가해지는 물가 압력을 증폭시켰습니다. 그러나 각국 경제의 리오프닝과 함께 상품 수요공급이 균형을 찾아갔고 제조업의 문제들은 완화되었습니다.
한편 서비스부문에서는 여행업과 엔터테인먼트 섹터가 수요 회복에 부응하여 역량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개는 팬데믹 기간에 시행된 예외적인 통화정책의 부작용인 주거비 상승과 결합하여 여러 섹터 전반적으로 평균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결과로, 서비스 섹터는 현재 미국 인플레이션 상승의 주범이 되었습니다. (하단 그래프)
원자재 공급 우려가 완화됨에 따라, 서비스 및 주거 분야가 인플레이션의 새로운 초점이 되고 있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원자재 공급이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원자재 가격은 2022년 정점 대비 많이 진정된 상태입니다. 러시아산 원유의 흐름은 재조정되었고,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증가하고 있으며, 유럽의 천연가스 수급은 예상보다 온화한 겨울날씨로 인해 견고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유가는 특히 높은 변동성을 보였는데, 현재 가격은 2021년 12월 대비 27% 높은 상태이지만 2022년 초 227%까지 상승했던 것보다는 한참 낮습니다. (하단 그래프) 곡물은 유엔이 주선한 협정 이후 상당한 양이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송되고 있습니다. 공급망에서의 지연으로 인해 기업들은 아직 상승된 원자재 비용을 치르고 있지만, 이러한 충격이 점진적으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연말 기준 6.4%를 기록한 미국 연간 헤드라인 인플레이션 중 4.1%는 코어 서비스, 2.5%는 주거비 인플레이션, 그리고 1.6%는 교통, 의료, 교육 등 기타 서비스에 기인한 것입니다. (하단 그래프) 아직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지는 않았지만, 현재 고무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거래량 기준 주거비와 임대료의 성장은 2022년 1분기에 정점에 달했고 이후 꾸준히 정상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시차를 두고 공식적인 물가지표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으며, 2023년 상반기에는 주거비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증거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행과 엔터테인먼트 섹터는 공급과 억눌린 수요의 정상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일 것으로 보이는데, 이 영역에서도 물가 역학의 개선을 목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금은 연쇄상승작용을 일으키지 않을 것으로 보임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정책 입안자들과 투자자들은 임금상승으로 인한 보다 높고 장기화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임금 상승과 서비스 인플레이션 간의 상관관계는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났으며, 2010년 이후로는 특히 그런 경향을 보였습니다. 석유(운송) 및 기술적 변화(커뮤니케이션 서비스와 금융 서비스) 등 여타 요인들도 서비스 섹터의 가격 설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노동시장이 팬데믹 이전 고용수준에 이미 상당히 근접했음을 고려하면, 고용 성장은 계속해서 진정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력 증가세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한참 넘어선 소매업과 운송업 같은 섹터들은 상당한 성장둔화 또는 침체를 앞둔 것으로 보입니다. 임금 상승률이 역사적 수준에 비해 높은 상태이기는 하지만, 2022년에는 인플레이션에 뒤처졌으며 기업들이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비용 통제를 시도함에 따라 정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아직까지는 임금-물가의 연쇄적 상승이 일어날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수요공급 불균형이 해소되고 기업들이 과잉 재고를 처리하고 있음에 따라, 상품 물가의 상승폭은 계속해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희는 대부분의 데이터가 암시하는 주거비 인플레이션의 추세 전환이 언제 일어날 것인지, 그리고 팬데믹의 충격이 점차적으로 사라짐에 따라 비주거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인지를 관찰하기 위해 서비스 섹터를 광범위하게 모니터링해 왔습니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높은 수준에 올랐던 인플레이션이 둔화되는 일반적인 흐름이 캐나다, 스페인,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 걸쳐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만 일본은 인플레이션의 지속적인 상승을 겪고 있습니다. (하단 좌측 그래프) 시장 가격을 살펴보면 최종금리, 즉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멈추는 지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그리고 특히 연준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하단 우측 그래프)
경제성장 부진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음
본격적으로 경기침체가 올 것인지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긴축된 금융 여건이 효과를 발휘하고 수요의 회복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제 성장은 아마도 계속해서 둔화될 전망입니다. 소비재 및 기술 섹터 재고는, 여전히 제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이러한 역풍은 몇 달 안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한편, 자본지출 의향(Capital spending intention)은 약화되었고, 2022년의 높은 성장 대비 상당한 수준의 둔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완화는 당초 예상됐던 것보다 훨씬 더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당국은 빅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제재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암시했고 자산시장에 가해졌던 가혹한 정책방안들을 완화시키고 있습니다. 경제활동이 정상화됨에 따라, 중국은 글로벌 성장의 발목을 잡기보다는 2023년에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플레이션 정점 이후의 환경이 포트폴리오에 주는 시사점
인플레이션과 정책금리 기대치의 정점이 확인된다면 주식과 국채 익스포져, 그 중에서도 특히 강력한 펀더멘털을 갖추고 이익 창출력이 강한 양질의 자산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입니다.
과거 고인플레이션 시기를 돌이켜보면, 단기 인플레이션 모멘텀은 주식과 채권 양쪽 모두에 있어 강력한 타이밍 신호였습니다. 시장이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억제 능력에 대해 신뢰를 갖게 되면 수익률 곡선이 평탄하거나 역전되더라도 장기 국채가 매력적인 인컴의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의 급격한 리오프닝 속도를 고려할 때, 선진국보다는 신흥국 주식의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2023년 한 해 동안, 인플레이션이 정상화되면 투자자들의 우려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경제성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4.2%를 정점으로 하고 하락한 사실이 이를 시사합니다. 즉, 시장은 매우 역동적으로 움직일 것이며, 멀티에셋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추세 양 쪽 모두를 면밀히 주시해야 합니다.
각 국 경제가 착륙 시점에 가까워지면서 투자자들은 물가가 다시 상승할 경우를 대비해 시장 펀더멘털이 더욱 강화되는 상황에서의 성장 잠재력과 인플레이션 복원력(inflation resilience)을 놓고 균형 잡힌 접근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정상화로의 여정은 아직 험난할 것으로 보이며, 높은 변동성에 민감한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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