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07

테이퍼링, ‘발작’ 아닌 ‘탱고’를 준비할 때

6 분
 
 

미국 연준(Fed)은 조만간 채권에 대한 공개 시장 매입 속도를 늦출 예정입니다. 연준의 채권 매입은 저금리 환경과 유동성 공급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 왔지만, 팬데믹 이후 경제가 회복됨에 따라 연준이 테이퍼링에 나설 시기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연준이 채권 매입에서 한 발짝 물러서게 되면 누가 이 역할을 이어 갈 수 있을까요? 

 

역사는 반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3년,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밴 버냉키(Ben Bernanke)는 연준의 채권 매입과 관련하여 테이퍼링을 시사했고, 시장은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을 겪었습니다. 이에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2%에서 3%로 급등했지만 6개월 이후 실제 테이퍼링이 시작되자 이내 다시 하락했습니다.

이번에는 다를 것 같습니다. 연준이 발을 빼면 과거와 같은 ‘발작’ 대신에 마치 탱고 스텝을 밟는 것과 같은 일종의 주고받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연준이 채권시장에서 물러나더라도 미국 은행들이 채권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수익이 필요한 상황

은행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금리는 낮고, 대출 증가율은 빈약하고, 예금잔액은 높습니다. 예대율(loan-to-deposit ratio)은 은행의 가용자금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데, 미국 은행의 예대율은 5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하단 그래프)

 

악화된 순이자수익(net interest income)을 상쇄하기 위해 은행은 초과 자금을 유가증권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매입 시 은행은 해당 증권을 단기 포지션(shorter-term position) 또는 만기보유증권(held to maturity, HTM) 중 하나로 표시하게 됩니다. 만기보유증권으로 분류된 증권은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상각후 취득 원가로 대차대조표에 남아있기 때문에 은행은 이를 통해 자본 변동성을 관리하고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복원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은행 대차대조표 상에서 만기보유증권의 양은 2020년 들어 두 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를 보면 은행들은 초과 예금이 당분간 장부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시장 압력에 의해서든 테이퍼링을 통해서든 금리가 상승하기 전까지(하단 그래프) 은행들이 투자를 유보하면서 현금 역시 계속 축적되었습니다.

 

일부 문제가 되는 것은 기업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자본 투자를 하지 않아 상업 및 산업 대출 수요가 제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은행들은 경제적 추세와 활동이 2019년에 비해 견조해 보이기 때문에 팬데믹 이후의 경제 상황이 낙관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단기적인 공급망 병목 현상과 재고 부족 역시 극복해야 할 문제이지만 현재 시점에서 유일한 걱정거리는 여행 및 여가 활동 관련 지출 회복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출 증가와 관련된 문제는 일시적인 것으로 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소비자들에게 주어진 정부의 경기부양책 중 많은 부분이 결국 은행으로 돌아갔습니다.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지난 12개월 동안 개선되었지만 이들이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금액 역시 상환하면서 미결제 대출과 관련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한동안 대출이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규제 변화로 인해 은행들이 보유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할 유동성은 증가했습니다. 과거에는 예금의 90% 이상을 대출했을 수도 있는 은행들이 오늘날에는 75%에 가까운 수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업계는 이 새롭고 낮은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은행 업계의 예대율은 현재 60% 수준이며, 4대 은행 중 한 곳은 45%에 불과합니다. 이는 은행의 대차대조표 상의 많은 양의 자본이 투자되길 기다리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초과 자금의 규모는 2조 5천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보입니다. 대출 증가율이 팬데믹 이전 수준인 매년 3~4% 정도로 돌아간다고 가정할 때, 이 정도의 초과 자금을 완전히 대출로 돌리려면 4년 이상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 4년 이상이라는 기간 동안 은행들은 공개 시장에서 높은 수준의 유가증권을 매입할 것입니다.

일본의 사례

일부 투자자들은 현재 미국의 낮은 예대율이 일본의 1990년대 일본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앞으로 다가올 경제적 혼란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하단 그래프)

 

일본의 1990년대는 경기 침체로 인해 ‘잃어버린 10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은 이러한 상황을 맞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일본은 예대율 하락보다 더 중요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일본의 거품 붕괴 이후 찾아온 디레버리징 사이클 속에서 불거진 고령화, 저출산, 성장 정체, 효율성 저하 등의 문제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이 중 어느 것도 중요한 관심사가 아닙니다.

일본의 예대율은 2010년대 중반에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고 이 때의 경험이 현재 미국의 상황과 보다 연관이 깊을 것입니다. 이는 질적, 양적 완화에 의한 하락이었습니다. 일본 경제는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의 경제 계획에 힘입어 신용 성장률이 2~3%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금리가 미미하거나 심지어 소폭 마이너스였던 상황에서, 일본 은행들은 낮은 순이자마진(net interest margin)을 상쇄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규제의 제약을 받는 가운데, 일본 은행들은 자신들이 찾을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자산인 일본 및 글로벌 국채 또는 정부기관 채권에 투자했습니다.

연준이 테이퍼링을 시작함에 따라, 미국 은행들은 초과 자본을 투자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순이자 마진을 보충하기 위해 채권을 매입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비록 미국 은행들이 국채를 넘어서는 모험을 할 수도 있지만, 그들의 주요 투자 목표는 고등급 국채와 정부기관 채권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은행의 예대율 감소는 두드러지고 있지만 이는 더 해로운 사회경제적 상황이 아닌 팬데믹에 따른 재정적 지출에 기인한 것입니다. 연준의 테이퍼링과 은행 대출 증가율이 앞으로 4~5년 간 정상화되는 동안, 비록 간헐적일지라도 초과 자본을 투자하는 미국 은행들이 향후 공개시장에서 연준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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