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시작되었을 때 많은 투자자들이 어느정도 긍정적으로 세계 경제를 전망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여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고, 2022년에 심각하게 부진했던 주가가 회복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였습니다. 하지만 3월 실리콘밸리 은행(SVB)과 시그니처 은행(Signature Bank)의 파산 및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의 긴급 구제금융은 미국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사이클이 기업 재무상태에 영향을 미쳐 기업과 주식에 압력을 가할 수 있으니 경계심을 높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전했습니다.
주가는 강세로 마감했지만 수익률 패턴은 불확실성을 반영했습니다. 1월 반등한 주가는 2월과 3월 상반기에는 하락했습니다. MSCI World Index는 분기말에 회복세를 보이며 올해 첫 3개월간 현지 통화 기준으로 7.4% 상승했습니다(하단 그래프).
금융주는 은행 부문의 혼란으로 약세를 보였고 에너지주는 유가가 떨어지며 하락했습니다(하단 그래프). 하지만 기술, 통신, 임의소비재주는 상승했습니다. 성장주가 가치주를 앞지르며 작년의 수익률 패턴이 반전되었습니다. 주식 외에도 암호화폐는 지난해 큰 폭으로 하락한 후 반등했습니다.
은행 불안정으로 제기된 새로운 문제
금리 상승으로 인한 새로운 문제의 부상은 예상 가능한 일이었지만, 은행 혼란이 퍼져가는 속도는 놀라웠습니다. 3월 10일, 금리 상승으로 국채 가치가 대거 하락하자 SVB는 은행 파산 사태에 직면했습니다. 이러한 은행 파산 사태로 인한 패닉은 암호화폐 기업 전문 대출 은행이었던 시그니처 은행으로 퍼져나갔고, 결국 이틀 후 시그니처 은행도 무너졌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의 경우, 주요 투자자이자 최대주주가 더 이상의 추가 자본 지원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자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으며, 이렇게 은행 위기는 유럽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결국 스위스 규제 당국은 3월 19일에 UBS의 크레디트스위스 인수를 추진했습니다. 지난 달 일어난 은행 위기가 주는 핵심적인 교훈은 인터넷 시대에는 뱅크런이 매우 빠르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고객들의 예금 인출이 급증했을 때 SVB의 웹 트래픽도 같이 급증한 것에서 이를 알 수 있습니다. AB의 조사에 따르면 3월 한달 동안에는 상대적으로 위험하다고 여겨진 일부 미국 은행의 웹 트래픽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 시스템 전체의 웹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하지는 않았습니다(하단 그래프).
분기 말까지 적절한 유동성을 보장하기 위한 암묵적 예금 보증과 은행 증권 대출 프로그램을 포함한 신속한 규제 조치가 진행된 덕분에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피할 수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연준은 3월 회의에서 신용 여건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은행 시스템이 "견고한 자본과 유동성을 갖춘, 건전하고 복원력 있는 상태"임을 확인하며 기준금리를 0.25bp 인상하는 데 편안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 시기 주식 시장은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미국 은행 펀더멘털은 신뢰가 여전히 취약한 상황임에도 고무적입니다. 저희 조사에 따르면 자산 50억~2,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상장 은행 대부분의 자본비율이 비교적 건전하고 예금 집중도가 SVB나 시그니처 은행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하단 그래프).
투자 심리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미국 역사상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두 번의 은행 파산 사태가 빠르게 진행된 후에도 많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은행 부문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요? 예금의 증가 또는 감소, 잠재적으로 더 엄격한 규제, 금융 시스템의 신용 확장 능력은 실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은행 대출 규제가 엄격해질 경우 사모 신용 시장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요? 시장의 다른 어떤 부분이 금리 상승에 취약할까요?
이러한 질문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모든 투자자들이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의제입니다. 은행 스트레스는 외부 환경과 상관없이 발생한 일이 아니며, 지난 9월 영국의 LDI(liability-driven investing)로 인한 투자 위기처럼 새로운 금리 체계의 파급 효과가 여전히 진행 중임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액티브 투자자라면 기업과 금리 익스포져 사이의 숨겨진 연관성을 찾아 변화하는 리스크를 파악해야 합니다.
수익성에 타격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은행 규제
은행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최근의 사태 이후 은행 감독 당국은 규제와 자본 요건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은행의 안전성은 높아지겠지만 수익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은행 위기의 중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는 우량 대출기관은 지속적인 변동성을 헤쳐 나가기에 적합합니다. 예금자들이 자신들의 자금을 소규모 지역 대출기관에서 “망하기에는 너무 크다”고 여겨지고 복원력 있는 비즈니스를 가진 주요 대형은행으로 옮기게 되면서, 일부 은행은 이와 같은 우량성 추구(flight to quality) 행태로 인한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은행 섹터의 역학 관계가 경제의 핵심 문제인 신용 가용도(credit availability)를 결정할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지역 은행이 중소기업과 상업용 부동산의 가장 큰 신용 공급자이므로 예금이 대형은행이나 머니마켓펀드(MMF)로 이동하게 되면 자본이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입주율(occupancy rate)이 여전히 낮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과 같이 코로나 19 이후로 높은 이자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섹터 전반의 금리 압력 평가
은행은 경제 활동 시스템에 있어 중요하지만, 금융주가 S&P 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고 MSCI World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합니다. 최근 은행 위기 사태가 주는 교훈은 단순히 은행의 자본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외부 자금조달에 의존하고 시가평가 위험에 직면한 모든 기업이 보이지 않는 압력에 더 취약할 수도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재무상태와 자금 조달 스트레스는 언제나 모든 기업의 잠재적인 위험 요소입니다. 하지만 수년간 금리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상승한 지금, 이러한 위험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금리가 크게 변화한 상황에서 많은 기업이 부채를 떠안았기 때문에 재무 구조가 갑자기 불건전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자금 조달 구조에 대한 모든 기업의 익스포저를 면밀히 검토하고 기업의 재무상태가 금리 상승 위험에 취약한지에 대한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기업과 산업 사이의 연관성을 고려해 익스포저 정도를 판단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기업이 디폴트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산업에 속해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비즈니스 모델 상 부채 금융에 의존하는 기업일수록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 기업 상황이 어려워집니다. 특히 대차 대조표에 단기 부채가 과도하게 많은 기업은 금리 상승으로 인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투자자는 경기 침체나 불황기에 자금 조달 비용 상승과 더 어려워진 비즈니스 환경 간의 관계를 기업별로 평가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취약한 비즈니스를 식별하고, 반대로 장기 투자 기회에 대한 확신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한 투자자는 기업별 이슈와 더불어 최근 발생한 사건이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주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은행 파산으로 겁을 먹은 투자자라면 자산 배분에서 유동성을 더 원할 것입니다. 최근 몇 년동안 일부 투자자들은 사모 자산 보유를 늘렸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사모 자산을 매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경우 이들은 대신 상장 주식을 매각해야 하게 되며, 증시가 하방 압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투자자를 위한 세 가지 교훈
새 분기가 시작되면서, 주식 투자자들은 은행 스트레스 상황에서 얻은 세 가지 교훈을 내재화하여 포트폴리오와 자산 배분에 적용해야 합니다.
첫째, 리파이낸싱(Refinancing)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현금 창출 능력이 큰 우량 기업에 포트폴리오를 집중시켜 더 엄격한 대출 조건과 자본 비용의 증가에 대비해야 합니다. 둘째, 기저가치의 손실과 손실의 인식이 쉽지 않은 사모 시장을 경계하고, 이러한 환경에서 투명성과 유동성을 제공하는 공모주식을 중요하게 여길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변동성이 커져도 당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변동성이 매우 컸던 1분기 증시가 결국 상승세로 마감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투자자들은 장기적 관점의 주식 전략과 밸류에이션에 대한 절제된 접근 방식을 통해 변화하는 리스크에 확신을 가지고 대처할 수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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