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주식시장은 올해 있었던 드라마틱한 사건들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강세장은 대규모 유동성 공급과 저금리 정책에 따른 것이었으며 이는 고성장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성숙기에 접어든 유사 기업들보다 부풀리는 데에 일조했습니다. 불행하게도, 자산 가격을 부채질한 바로 그 정책들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2년 중반, 중앙은행들은 80년대 초 이후 가장 강력한 실물경제 인플레이션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기 시작했습니다.
할인율 효과 너머
금리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아직까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그러나 주가에 미치는 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성장주가 극심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주가 하락의 대부분은 밸류에이션을 결정하는 핵심요소인 할인율의 상승에서 비롯됐습니다.(하단 그래프) 할인율은 무위험 기준금리(riks-free base rate)와 평가자산의 특징에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또는 스프레드)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 중 무위험 기준금리는 현재 상승한 것이 명백합니다. 반면, 무위험 금리 대비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수익을 뜻하는 주식 리스크 프리미엄은 명확히 관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운용팀은 지금까지 전반적으로 그 증가 정도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밸류에이션 이론의 기술적 내용 이면에는 중요한 함의가 있습니다. 즉 주가 하락이 주로 금리인상으로 인한 것이라면,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기업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는 주가에 아직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것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섹터와 산업을 불문하고 금리인상은 기업들에 더 높은 자금조달비용을 강요하여 경제활동을 둔화시킬 수 있으며, 달러강세를 불러일으켜 환위험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운용팀은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한 섹터에서조차 아직 많은 투자자들이 이렇게 고조되는 불확실성을 반영해 실적 전망치를 조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실적 전망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익성이 나타나던 시기에 형성된 것인데, 이는 지속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하단 그래프)
기업과 주가의 왜곡 풀어내기
이는 투자자들에게 큰 고민거리를 안겨줍니다. 밸류에이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잠재력에 대한 왜곡된 시각과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추세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 만연했던 수요 왜곡은 이후 수익성 예측을 크게 왜곡시켰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산업과 기업의 장기적인 역사와 현재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추세를 비교하는 방법을 확립해야 합니다. 패시브 주식형 펀드는 지속가능한 사업 추진력을 가진 기업을 구분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액티브 전략으로 관리되는 펀드는 시장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고 장기적으로 견고한 펀더멘탈과 투자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포지셔닝하고 있는 기업을 선별함으로써 특별한 기회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시장 왜곡은 여러 가지 동인에 의해 가중되어 왔습니다. 주식 시장에 유입된 돈이 넘쳐나면서 주가가 왜곡됐습니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 급증은 산업에 동등한 수준으로 또는 동일한 시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황에서 반영되어 기업 실적을 왜곡시켰습니다. 그리고 상품 가격은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왜곡되었습니다.
일시적인 영향에 근거하여 주식 밸류에이션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기업은 일반적으로 단발성 호재가 아닌 차별화된 성과를 거둠으로써 장기적으로 보상을 받습니다. 다만 어떤 사건이 12-18개월에 걸쳐 계속된다면 투자자들이 이를 지속적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2020년 팬데믹 락다운은 운동용 자전거, 가전제품 및 주택 인테리어 용품과 같은 가정용품에 대한 수요급증으로 이어졌습니다.
이것이 수익성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보통의 상황에서, 수익성은 기업의 ‘일반 상품’, ‘고급 상품’, ‘최고급 상품’에 대한 세일즈 믹스(sales mix)에 따라 결정됩니다. ‘최고급 상품’은 ‘일반 상품’보다 더 높은 가치와 수익성을 요구합니다. 코로나19 이후 강력한 수요로 인해 상품의 리드타임은 길어졌고 가격은 상승하였습니다. 한편, 주가 상승은 소비자의 대차대조표를 강화하는 동시에 주택(하단 그래프)과 같은 고가 품목에 대한 구매자 민감도를 감소시켰습니다. 공급부족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고급이나 최고급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물가는 스테로이드를 맞은 것과 같이 부풀려진 상태였습니다. 이에 따라 마진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라갔고, 투자자들이 이런 호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밸류에이션 역시 수직 상승했습니다.
일부 소매업체들은 다시는 할인을 제공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고까지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중반 수요가 상품에서 레저와 여행과 같은 서비스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년으로 넘어가면서 수요의 지속 가능성을 과대평가한 소매업자들은 재고정리와 가격인하를 해야 했고, 이는 마진을 손상시켰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기 전에 벌어진 일입니다.
비슷한 상황이 여러 섹터에서 전개되었고 비즈니스 퀄리티에 관계없이 성장 중인 기업과 성숙된 기업 모두에게 충격을 가했습니다. 많은 경우, 일회성 호재를 맞은 기업들이 역사적 성과와 관계없이 성장 단계가 영구적으로 상향 조정될 것을 가정하고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들 기업의 위험/보상 프로필(risk/reward profile)은 점점 더 매력을 잃게 되었습니다.
불확실성의 가운데에서 지속적인 수익성을 찾는 방법
투자자들이 이러한 환경에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운용팀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우량 주식을 선별하는 데에 명확한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심스러울 정도로 높은 수익성을 보이는 기업들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거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강한 매출총이익(gross margins) 및 매출 성장,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견조한 투자수익률 등은 경고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신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높은 총자산이익률(return on assets), 투하자본순이익률(return on invested capital)을 보유한 기업들을 선별해야 합니다. 이러한 수익성 지표들은 우량기업을 나타내는 징표이며, 특히 기업이 수익을 재투자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이라면, 지속할 수 없는 사업 성과에 대한 보상을 받는 기업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은 잠재적인 보상에 비해 더 높은 리스크를 가집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 만으로 높은 수준의 밸류에이션 멀티플이 지속될 것이라 보장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비유하자면 운 좋게 복권에 당첨된 사람에게 대출을 허락하는 은행과 같습니다. 그런 일확천금은 안정적인 소득과는 달리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동일한 원칙을 포스트 코로나 기업 실적과 밸류에이션 평가시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원칙에 근거한 상향식 펀더멘탈 리서치 프로세스를 통해 투자자들은 각 기업에 맞는 적절한 기준을 세우고 보다 객관적으로 리스크와 보상에 대한 평가방식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중앙은행의 긴축기조의 여파가 보다 명확해지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면서 장래의 회복을 대비하여 포트폴리오를 성공적으로 조정하는 최선의 방법일 것입니다.
상기 견해는 AB 내 모든 운용팀의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며 추후 수정될 수 있습니다. 본 자료는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특정 증권 및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 투자 조언 또는 추천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됩니다. 본 자료에 제시된 견해 및 의견은 AB의 내부적 예측에 기초하며, 미래 시장 성과에 대한 지표로 삼을 수 없습니다. 이 자료에서 언급한 어떤 전망이나 견해도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