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12

방어주의 경계가 흐려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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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다양한 시장 상황에서 어떤 업종이 가장 좋은 성과를 내는지에 대해 나름의 타당한 이유를 기반으로 확고한 투자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에 있어 때로는 상식이 쓸모 없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투자자들의 예상에서 벗어난 주식 배분 결과를 가져오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기술 및 헬스케어 섹터입니다.

 

일반적으로 정보기술(IT) 섹터는 강세장 심리의 신호탄입니다. 성장주가 강세를 보일 때 기술 우량주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왔지만, 변동성과 하방 리스크도 수익률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높았습니다.

기술주가 공격적인 수익률을 가진 데 비해 주가 방어력이 약하다는 평가는 최근 몇 년간 기술주 섹터 수익률을 주도한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주식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해 증시 급락으로 인해 대형 기술주 수익률은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과를 기록해 전체 시장 수익률을 크게 밑돌았으며 이는 지난해 증시 급락으로 인해 더욱 부각됐습니다.

수익성 낮은 기술 기업의 상승/하락과 더불어 FAANG 현상은 기술주가 주가 방어력이 약하다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전통적으로 방어주는 기술주만큼의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경기 하방 압력이 적기 때문에 경기 침체기에 주가 하락이 덜 합니다. 유틸리티 및 필수소비재와 함께 헬스케어는 오랫동안 가장 안정적인 방어주 중 하나로 여겨져 왔으며, 하락장에서 완충재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 이유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비탄력적이기 때문입니다. 병원, 제약 회사, 의료 기기 제조업체, 의료 보험사는 경기 변동에 관계없이 견조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기술주: 경기 방어에 나서다

그러나 공격주와 방어주에 대한 기존의 통념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기술 업계에서 FAANG은 화려하지만 변덕이 심한 ‘디바’같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익성 없는 기술 기업들은 기술 섹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FAANG이라는 거물급 스타의 화려함 없이도 뒤에서 묵묵히 높은 수익을 내는 뛰어난 기술 기업들도 많이 있습니다. 정보 기반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며 일상 생활에 스며든 컴퓨터 하드웨어 제조업체, 결제 서비스 회사, 클라우드 컴퓨팅 제공업체, 칩 제조업체 등이 바로 이러한 기업들입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신뢰도가 높은 이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과 큰 규모의 순환적 수익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격 변동에 대한 완충 능력 덕분에 이러한 고품질 기술을 지원하는 기업들은 2022년에 정보기술 전체 섹터를 능가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는 이러한 기업들이 대형 기술 기업들보다 더 낮은 베타, 즉 전체 시장의 변동성에 대한 민감도가 더 낮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MSCI World Index의 기술주 중 약 4분의 1은 베타가 1.0 미만으로, 전통적인 방어주와 같은 범주에 속합니다 (하단 그래프).

 

이러한 기업들의 강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금리 변동에 민감한 인컴 중심의 경기방어 업종과 달리 일부 우량 저베타(low-beta) 기술주는 상대적으로 부채 부담이 적어 금리 상승 시에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헬스케어주: 팔방미인?

기술 섹터만 기존의 선입견을 탈피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헬스케어 섹터 역시 전통적인 방어주의 역할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하락장에서 피해를 억제하는 데는 헬스케어주가 여전히 효과적입니다.

2022년은 주식 투자자들에게 잔인했던 한 해였지만, 작년 헬스케어 주식은 경기방어 섹터에서 기대할만한 안정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글로벌 헬스케어 주가는 미국 달러 기준으로 5.4% 하락하여 MSCI World를 12% 포인트 이상 앞지르며 한 해를 마감했습니다. 이는 헬스케어가 지난 20년 동안 증시 침체기에도 꾸준히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해 온 추세를 보여줍니다.

놀라운 점은 2022년 4분기 증시가 반등했을 때에도 헬스케어 주식이 글로벌 지수를 앞질렀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헬스케어주는 경기방어 섹터에서 일반적으로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의 수익률을 제공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헬스케어는 글로벌 시장 전체상승분 중 약 90% 만큼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단 그래프)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한마디로 ‘혁신’입니다.

의료 기술 혁신

의료 분야는 기술 혁신의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은 의약품 제조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제약 회사는 희귀 질환에도 수익성 있는 맞춤형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약 분야 외에도 원격 의료와 로봇 공학은 수술 방식을 바꾸고 있으며, 혁신적인 진단법과 새로운 생명과학 관련 도구 덕분에 초기 단계에서 병을 진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 혁신 덕분에 헬스케어 기업은 계속 성장 중에 있으며 다양한 글로벌 지수와 비교했을 때에도 강력한 성장 및 수익성 지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단 그래프)

 

이러한 추세에 따라 생명공학은 포트폴리오 상에서 헬스케어 자산을 배분할 때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생명공학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종목 선택이 중요합니다. 결국, 투자자는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토대로 수익성을 예측하기보다는 기업의 견고한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해서 예측해야 합니다. 제약 기업의 새로운 임상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로 이미 악명 높기 때문에, 기업의 R&D에 베팅을 크게 하기 보다는 자본 수익률이 높거나 개선 중이며 재투자 능력이 뛰어난 기업을 찾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온라인 검색서비스 기업이 의료 분야에 뛰어들고 의료 소프트웨어가 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세상에서 공격주와 방어주에 대한 오래된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기술주가 변동성이 낮은 방어적 주식 포트폴리오를 위해 엄청난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으며, 헬스케어는 변동성 장세에서 완충 역할 뿐 아니라 견고한 성장 잠재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두 섹터 모두에서 일관된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겉보기에 화려한 기업보다는 묵묵히 수익성 있게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집중해야 합니다.

상기 견해는 AB 내 모든 운용팀의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며 추후 수정될 수 있습니다. 본 자료는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특정 증권 및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 투자 조언 또는 추천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됩니다. 본 자료에 제시된 견해 및 의견은 AB의 내부적 예측에 기초하며, 미래 시장 성과에 대한 지표로 삼을 수 없습니다. 이 자료에서 언급한 어떤 전망이나 견해도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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